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식(萬法唯識)
삼계가 오직 마음이고 만법이 유식이다.
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식(萬法唯識)
만법유식(萬法唯識)이란 현상계의 모든 것은 눈, 귀, 코, 혀, 몸, 뜻과 접촉할 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아무렇지도 않다거나 하는 기분(氣分)이 일어나고, 그 기분에 의해 모든 법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러하기에 만법(모든 법)은 오직 식(識), 즉 제8식 밖에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하여 이런 명구가 성립되는가 하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제8식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마음이 일어나고, 마음은 그들이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어떻게 하면 좋겠다, 아니다 없애버리자, 새로 어떻게 만들어보자 등 비상한 상상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하늘과 땅, 산하(山河) 대지, 초목(草木), 미물(微物), 동물(動物), 사람 등 모든 현상, 즉 똑같은 물건을 놓고도 각자의 마음속에 저장된 정보에 따라 느끼는 형상(形狀)도 다르고, 감정, 생각, 비판 등도 다 다르게 나타나기에 만법은 오직 각자의 식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식밖의 어떠한 것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식이 다르므로 만법에 대한 느낌과 생각도 사람마다 다르게 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삼계유심(三界唯心)이란 『화엄경』의 뜻을 정리한 것인데, 형상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일체법은 오직 마음뿐이라는 말씀이다. 즉, 삼계(三界) 내에 형상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모든 것은 모두 마음이 표출해 낸 영상(影像)이고, 마음을 떠나서 따로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는 이치(理致)이다. 즉, 삼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법은 오직 한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고 하는 뜻 중에는 마음 밖에 어디에 계신다고 하는 하나님도 사람의 마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 어떤 창조주가 있어 삼계(三界)가 창조되었거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마음에 의해서만 나온 것이라는 말씀이다.
삼계라 함은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는데, 욕계에는 지옥, 아귀, 축생, 사람, 아수라, 하늘이 있고, 하늘에는 사천왕천(四天王天), 도리천(忉利天), 야마천(夜摩天), 도솔천(兜率天), 화락자재천(化樂自在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등 여섯 개의 하늘이 있다. 욕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인 타화자재천 위에 색계(色界)가 있고, 이 색계 위에 무색계가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세 가지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삼계가 없고, 그들의 마음에서 믿는 하나님의 세계만 있을 뿐이지만, 그들의 마음에서 하나님의 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세계가 전혀 없다는 말씀이다. 이와 같이 형상이 있든 없든 마음의 세계는 궁극적으로 오직 각자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지 다른 어떤 존재가 결정지어주는 것도 아니요 누구에 의해 구원을 받는 것도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삼계유심(三界唯心)을 『화엄경』에서 말씀하신 것은 이 삼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 삼계가 인간의 마음에 의해 지어진 것이니 당연히 삼계를 체험하고 삼계를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삼계에 태어난 사람이 삼계가 인간의 마음밖에 어떤 존재가 만든 것이라고 잘못 알거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 혹은 밝지 못한 사람이라 하여 무명인(無明人)이라고 한다. 혹 삼계의 존재를 지식적으로 안다고 하더라도 이를 체험해서 그 속에 잠재해 있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정진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른 사람이라 했다.
삼계를 체험하고 ‘나’라는 존재의 진리와 우주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모든 탐욕으로 지은 업장을 소멸하여 욕계에서 해탈하고, 욕계를 해탈하면 색계에 들어가게 되는 데, 색계(色界)란 육신이 일으키는 장애를 받는 세계이다. 이 장애를 소멸하면 보통 우리들의 의식이 느낄 수 없는 무의식계에 들게 되고, 무색계에서 ‘나’란 존재의 금생, 전생, 후생을 꿰뚫는 지혜를 성취하여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게 되고, ‘내’ 몸을 담고 있는 이 우주, 즉 삼계가 오로지 ‘내’ 마음에 의해 만들어졌고 또 그 안에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게 된다. 본래부터 이 마음에 무한한 능력이 갖추어져 있음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고, 깨달음을 통해 그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마땅히 해야 할 위대한 일대사(一大事) 인연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오로지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는 말씀이 삼계유심(三界唯心)이고 또 각자의 업(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