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Life

인공지능 기술 발달의 문제 그리고 철학적 성찰

꿈을 위해 잠을 잊은 그대에게 2020. 2. 6. 17:27

인공지능(AI)1950년대 미국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로 현대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 AI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사진/동영상, 의료/법률 서비스, 비서, 콜센터 상담, 음성인식, 번역, 자연재해, 경제변동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AI는 분명 인류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기능의 한계와 윤리적 문제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에도 발전 방향성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며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미래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의 성장과정과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인류의 철학적 성찰을 통하여 이해해보면 어떨까.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사회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의 내적 필요에서 기인되기도 한다. 철학이 오랜 역사에서 다뤄온 주제가 이성의 문제인데, 이성과 논리의 파악이 인공지능 구성에 선행 조건이라고 하였을 때, 인공지능의 연구에서는 철학적 성찰이 불가결하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의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선지자라는 뜻이다. 프로메테우스는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하늘에서 불을 훔쳐내 사람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큰 바위에 동여매고, 독수리에게 장기를 쪼아 먹히게 하는 형벌을 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현대 과학기술문명을 평가하는 상징으로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데, 인류의 문명은 불을 지배하고 사용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의 기계문명은 신통한 재주를 부려 방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연상하도록 한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편리와 풍요의 혜택을 끝없이 추구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하고 각종 오염을 초래하며 핵무기와 같은 무기생산으로 인하여 해로운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이를 이중용도 과학기술이라고 한다. 핵에너지나 바이러스 유전체처럼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과학적 발전이 동시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오만과 불경의 형벌을 대가로 치러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로 보여지기도 한다. 인간 특유의 기능으로 믿어온 지능을 인간세계에서 훔쳐내어 자기가 만든 기계인 컴퓨터에게 부여하려는 것이 프로메테우스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불을 인간에게 준 것처럼 인간이 지능을 기계에게 부여하려는 작업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그런 일을 해도 좋다는 근거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의 윤리문제들을 포함하는 가치판단은 별도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그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AI 시대에 직면할 법적, 윤리적 문제를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의 철학적 기초는 기원전 시대의 소크라테스로부터 유래되는 이성주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에게 부여하려는 인공지능의 연구는 이성의 문제를 오랫동안 성찰해온 이성주의 철학으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철학적 전통에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사상이 첨부되어 엄격한 규칙들을 철저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고 모든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려고 했다. 인간의 세계 이해는 모두가 적절한 기호표현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가능하다는 데카르트의 사상은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초기 인공지능을 주도했던 모델은 데카르트식 계산주의 모델이다. 추론 능력을 갖게 해 스스로 사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등 현재 각광받는 신경망 방식은 경험주의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 크기에 따라 점진적으로 학습해서 경험을 통하여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철학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데카르트 이래 근대 철학자들은 진리를 인식하는 방법을 논의해왔는데, 그 주어는 당연히 인간이었다. 그런데 사물을 인식하는 기계를 만들면서 인식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게된다. 인간 중심적 철학이 인공지능 앞에서 수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근대 이후 철학은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다르게 본다. 여기서 플라톤의 문제가 생긴다. 플라톤은 어떤 이데아가 있고, 현실 세계는 이데아의 불완전한 복사본이라고 여겼다. 플라톤은 사물들의 이치를 파악하기 위해 정신은 우선 사물들이 움직이는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물들의 세계 배후에 존재하는 세계를 발견했다. 바로 초시간적인 이데아들이었다.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시뮬라크르들, 시뮬라크르에 둘러싸인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와 허무를 플라톤주의의 윤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플라톤주의의 윤리란 최대한 원본같은 복사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가 매트릭스이다. 기계들이 인간을 인공수정해서 매트릭스 프로그램에 따라 가상현실에서 살게 한다는 이야기인데 매트릭스는 실재를 능가하는 진짜같은 가짜, 인간의 오감을 모두 속일 수 있을 만큼의 완벽한 시뮬라크르인 것이다. 물론 우리가 지금 가상현실인 매트릭스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정반대 방향에서 플라톤주의를 붕괴시킨다. 분명 인공지능은 인간을 충실히 복사하려 애쓴다. 여기까지는 플라톤주의에 부합한다. 하지만 그 결과, 복사본인 인공지능이 원본인 인간을 추월하기에 이른다. 이런 존재의 등장은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딜레마이고, 쟝 보드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 말하는 인공지능이 실재를 대체하고 지배하는 현상, 그리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하이퍼리얼리티에 포위되어버린 인류 현대사회의 존재론적인 조건에 직면해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목소리, 인공지능과 인류의 경쟁은 불행한 문제 설정이다. ‘인간과 견줘 얼마나 하는지로 기계 성능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패했으니까 지배될 것이라는 추론은 인본주의의 철학을 기반으로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이다.

 

근거 없는 공포야말로 동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거나 인간에게서 독립할 의지가 생기면 자폭하도록 한다는 발상이 그렇다. 이 발상이 실현된다면 인공지능에게 생존과 발전이라는 동기가 생기고, 그 때는 인간을 지배하려 할 수도 있다. 발전한 인공지능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황은 현실적 공포이지만 탁월한 대가가 많다고 해서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일을 포기할까. 우리는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의 출현 자체는 불행이 아니라는 자유경쟁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한다. 오히려 원치 않는 노동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 변화가 계절의 변화처럼 비교적 일정하고 고정된 상하의 신분관계에 의해 질서를 유지하던 농경철학과는 달리, 역동적 변화에 다차원적으로 대처해야하는 것이 현대 철학의 과제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처리, 인간의 자연적 지능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인간 사유의 보조기구의 필요성에 의해 창조되었다. 컴퓨터를 활용하여 서로가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성찰해야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전해서 필요한 인간 노동력이 0에 수렴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았을 때, 당장은 자본가들의 붕괴로 대공황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경쟁, 적대로만 풀이하는 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 당장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보다 바둑을 잘둔다고 하더라도 알파고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인간 의식과 비슷한 판단 능력을 갖춘 기계라고 다르지 않다. 정말 경계해야 하는 것은 기계로 인간을 죽이려는 사람이고, 생산물을 나누지 않는 사회다. 다만 능력이 향상된 기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대 철학에서는 이전보다 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요망한다. 여기서 전체라고 함은 무한한 전체가 아니라 특정한 시간안에 특정한 인간에게 주어진 정보와 배경적 지식 전체를 말한다. 이들을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종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통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말하면 가능한 상황들이 발생할 확률을 검토하고, 그 결과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여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인공지능의 개발은 시대적 요청이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자립심을 갖게 된다면, 인간은 기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해나갈지가 가장 중요한 논제이다.

 

참고문헌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산업 돋보기 / 경제 뉴스>

(https://blog.naver.com/mocienews/221007970027)

인공지능의 철학 <이초식>(고려대학교 출판부, 1993)

인간 중심적 철학, 인공지능이 바꿀 것<시사IN>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2497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